지도를 그리면 사라지는 장소
2023
꿈에 대해 글을 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느 낯선 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이 문이 닫을 때가 되자 그 사람이 한 잔 더 하자며 자기가 아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밖엔 비가 무섭게 오고 있었다. 가방도 없던 나는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 안으로 노트북을 넣어 품에 안고 그 사람을 따라갔다.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와 나는 엄청 가파른 길을 잠시 올랐고, 길을 한번 건넜고, 저층의 낡은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갔다. 가면서 그 사람은 우리가 가는 곳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더 맨션이라고 했다. 별로 특이한 이름도 아니었는데 뭔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마도 그 사람이 내가 그곳을 분명 좋아할 거라는 내색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느 낡은 건물 1층 구석에 희고 깨끗하게 칠해진 마감 위로 더 맨션이라는 영문 글자로 된 간판이 보였다. 건물과 어울리지 않게 외관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사방이 막혀있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이 어떤 곳이라는 의심을 할 겨를도 없이 매섭게 내리는 비를 피하려는 본능에 따라 나는 그곳에 들어갔다.
들어선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눈을 감은 것 같기도 하고. 캄캄한 공간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아주 잠시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상하게도 전혀 무섭거나 두려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아마 5초 정도 지나서였을까. 어두운 파랑과 청록이 뒤섞인 색의 어두운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첫인상은 굉장히 멋지고 고급스러운 바 같았다. 드문드문 아주 옅은 오렌지색으로 얇은 선처럼 빛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벽에 있는 것인지 공중에 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오렌지색 선들은 분명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어두운 주변을 밝힐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어서 신기했다. 그냥 한참을 바라봤다.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했다. 주변을 어느 정도 파악하자 나 자신에게로 감각이 옮겨졌다. 문을 넘어선 이후에 움직인 기억이 없는데, 나는 공간 가운데 놓인 큰 테이블에 한쪽 손을 올리고, 그 테이블을 둘러싼 여러 개의 스툴 중 하나에 앉아 있었다.
나를 이곳에 데려온 사람은 안개 너머에서 낯선 사람을 데려왔다. 카드 뭉치를 꺼내는 것을 보아 타로를 봐주는 사람인 것 같았다. 카드를 한 장 뒤집어 테이블에 놓더니 같이 온 사람에게 좋은 얘기를 잔뜩 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카드를 한 장 뒤집더니 약간 놀라면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사람의 상체가 순간 나에게서 멀어졌다. 무슨 얘길 해줄지 궁금했다.
그때쯤 나는 남동생의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살짝 깨고 말았다. 그것이 꿈인 걸 알아차렸을 때는 꿈속에, 그러니까 더 맨션에 더 머무르고 싶어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점심이 지나도록 누워있었다. 개인전을 준비하고, 내일이 마감인 공모 지원을 준비하려면 할 일이 많은데, 도무지 꿈속의 그 오묘한 빛과 어둠의 공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분명 그곳은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어둡게 빛나는 이라는 표현이 맘에 들지 않아서 몇 번을 썼다 지웠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꿈을 생각할 때마다 마치 꿈이 영상처럼 재생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영상은 내 눈으로 바라본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나를 제삼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것을 보여준다. 도대체 어느 순간에 편집된 것일까. 현실감이 덜하다. 다시 그것을 현실처럼 느끼고 싶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도무지 뭔가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지금 노트북 스크린을 보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사실 나는 도대체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계속해서 꿈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 반복하면서 꿈을 보니까 꿈을 꿀 때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이 떠오르고,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벌써 네 시다. 슬프게도 글이 점차 길어질수록 꿈이 바래져 간다. 글 또는 이미지. 하나의 현상은 절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동시에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모두 다른 것이다.
나는 어느 낯선 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곳이 문이 닫을 때가 되자 그 사람이 한 잔 더 하자며 자기가 아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밖엔 비가 무섭게 오고 있었다. 가방도 없던 나는 입고 있던 반팔 티셔츠 안으로 노트북을 넣어 품에 안고 그 사람을 따라갔다.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와 나는 엄청 가파른 길을 잠시 올랐고, 길을 한번 건넜고, 저층의 낡은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갔다. 가면서 그 사람은 우리가 가는 곳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더 맨션이라고 했다. 별로 특이한 이름도 아니었는데 뭔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마도 그 사람이 내가 그곳을 분명 좋아할 거라는 내색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느 낡은 건물 1층 구석에 희고 깨끗하게 칠해진 마감 위로 더 맨션이라는 영문 글자로 된 간판이 보였다. 건물과 어울리지 않게 외관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사방이 막혀있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이 어떤 곳이라는 의심을 할 겨를도 없이 매섭게 내리는 비를 피하려는 본능에 따라 나는 그곳에 들어갔다.
들어선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눈을 감은 것 같기도 하고. 캄캄한 공간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아주 잠시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상하게도 전혀 무섭거나 두려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아마 5초 정도 지나서였을까. 어두운 파랑과 청록이 뒤섞인 색의 어두운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첫인상은 굉장히 멋지고 고급스러운 바 같았다. 드문드문 아주 옅은 오렌지색으로 얇은 선처럼 빛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벽에 있는 것인지 공중에 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오렌지색 선들은 분명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어두운 주변을 밝힐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어서 신기했다. 그냥 한참을 바라봤다.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요란스럽지 않고 차분했다. 주변을 어느 정도 파악하자 나 자신에게로 감각이 옮겨졌다. 문을 넘어선 이후에 움직인 기억이 없는데, 나는 공간 가운데 놓인 큰 테이블에 한쪽 손을 올리고, 그 테이블을 둘러싼 여러 개의 스툴 중 하나에 앉아 있었다.
나를 이곳에 데려온 사람은 안개 너머에서 낯선 사람을 데려왔다. 카드 뭉치를 꺼내는 것을 보아 타로를 봐주는 사람인 것 같았다. 카드를 한 장 뒤집어 테이블에 놓더니 같이 온 사람에게 좋은 얘기를 잔뜩 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카드를 한 장 뒤집더니 약간 놀라면서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사람의 상체가 순간 나에게서 멀어졌다. 무슨 얘길 해줄지 궁금했다.
그때쯤 나는 남동생의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살짝 깨고 말았다. 그것이 꿈인 걸 알아차렸을 때는 꿈속에, 그러니까 더 맨션에 더 머무르고 싶어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점심이 지나도록 누워있었다. 개인전을 준비하고, 내일이 마감인 공모 지원을 준비하려면 할 일이 많은데, 도무지 꿈속의 그 오묘한 빛과 어둠의 공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분명 그곳은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어둡게 빛나는 이라는 표현이 맘에 들지 않아서 몇 번을 썼다 지웠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꿈을 생각할 때마다 마치 꿈이 영상처럼 재생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영상은 내 눈으로 바라본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나를 제삼자의 시점에서 바라본 것을 보여준다. 도대체 어느 순간에 편집된 것일까. 현실감이 덜하다. 다시 그것을 현실처럼 느끼고 싶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도무지 뭔가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지금 노트북 스크린을 보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사실 나는 도대체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계속해서 꿈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 반복하면서 꿈을 보니까 꿈을 꿀 때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이 떠오르고,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보인다.
가시광선 말고 다른 파장을 본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공간에 그림자가 없다. 모든 것이 빛나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내가 어둡게 빛난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나?
그 공간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건 아마도 오로라가 아닐까 싶다. (나는 실제로 오로라를 본 적은 없다.) 오로라에서 보이는 색상 스펙트럼 중 오로지 푸른색 계열 색상을 기반으로 한 짙은 색으로 빛나는 공간에 살구색 나는 은은한 빛들이 드문드문 훨씬 각지고 정돈된 느낌으로 있었다.
벌써 네 시다. 슬프게도 글이 점차 길어질수록 꿈이 바래져 간다. 글 또는 이미지. 하나의 현상은 절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동시에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모두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