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for What I Do
무엇을 하는가에 관하여
2023








Original Text

As for What I Do

I am not a painter, a photographer, or a sculptor. I do not know what art is, so I wouldn't be able to call myself an artist. I like the hesitation that comes when someone asks me what I do. That is enough. Nowadays, I think what I do relates to measuring. I have an instrument of measurement, which has neither graduations nor shape.1) If someone asks me what I measure with it, I should probably say that I measure distances.2) The first thing I measured was the distance between my ash bed and my eighty-seventh birthday. It was too easy and not interesting at all. (I almost forgot it was my first measurement.) Later, I spent some time measuring the distance between different worlds. It was much more intriguing. However, I had to measure the distance between them that existed at the same time even in my absence. Since I couldn't put my tools without me, I brought a green apple instead. It was not properly working like my nameless tool, but considering the location where it was installed, the green apple was a pretty appropriate substitute.

A few days ago, I happened to find a collection of Borges'3) poems wrapped in plastic at a bookstore. It was shamelessly titled The Artist therefore piqued my curiosity.4) If it hadn't been wrapped in plastic, I might not have bought the book. Because it has been a long time since I read poetry, I couldn't focus on it well. I only barely read the titles in the table of contents several times. Among them, A Dialogue about a Dialogue was enough in itself to provoke contemplation. However, I had to soothe the frustration that poetry gave me by opening Pessoa's5) prose collection, which I read whenever I needed comfort. Then suddenly the idea of measuring the distance between Borges and Pessoa came up in my mind. That idea itself made me very proud for a while. I started to use my imagination. It would be nice if Paul Auster's6) The Music of Chance7) or Rinus Van de Velde's8) huge black-and-white paintings could be inserted between the two. Edward Hopper's9) paintings are also good but they may be a bit too much for them. One day, when it is completed, I may be able to use a similar way to measure the distance between all the fog in the world at dawn, which I have dreamed of for a long time.



1) One of the characteristics of my nameless tool, which I discovered through my experiences, is that it is sensitive to sound. It seems to be responding to subtle variations in a melody that is repeated countless times, and I only guess my nameless tool is using this as its own graduations.
2) I do not think the expression "measuring distance" properly describes what I do. I had long ago given up on finding other ways to express it, but ironically, I have been able to do more interesting things since then.
3) Jorge Luis Borges. (1899~1986) Argentine writer.
4) In fact, Borges named the English title of this poem collection The Maker, meaning a writer. (Jorge Luis Borges, The Maker, Seok-Kyun Woo(trans.) (Seoul: Minumsa, 2021), p. 141) Since artist, writer, and maker can be translated as the same word in Korean, there was a slight misunderstanding.
5) Fernando Pessoa. (1888~1935) Portuguese writer.
6) Paul Auster. (1947~) American novelist.
7) The Music of Chance. A novel written by Paul Auster was published in 1990.
8) Rinus Van de Velde. (1983~) Belgian visual artist.
9) Edward Hopper. (1882~1967) American painter.

원문

무엇을 하는가에 관하여

나는 화가도 아니고 사진가도 아니며, 조각가도 아니다. 예술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부를 수조차 없다. 나는 이제 누가 나의 직업을 물어볼 때 찾아오는 머뭇거림을 즐기게 됐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요즘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관측과 관련이 있다고 여긴다. 나에게는 관측을 위한 도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눈금도 없고 형태도 없다.1) 그것으로 무엇을 측정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그것을 가지고 주로 거리를 잰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2) 가장 처음에 내가 잰 것은 내 물푸레나무 침대와 내 여든일곱 살 생일의 거리였다. 사실 그 일은 너무 쉬웠고 아무런 재미도 없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측정이었다는 것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시간을 좀 들여서 다른 세계들 사이의 거리를 재는 일도 했다. 다행히 그 일은 훨씬 흥미로웠다. 다만 내가 없는 순간에도 같은 시점(time point)에 존재하는 세계들의 거리를 측정해야 했는데, 내 도구를 갖다 놓을 수 없어 연한 초록빛을 띄는 사과를 대신 가져다 놓았다. 이름 없는 나의 도구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설치된 장소를 생각한다면 사과는 꽤 쓸 만한 대체품이었다.

며칠 전 나는 서점에서 우연히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보르헤스3)의 시집을 발견했다. 그것은 뻔뻔하게 작가라는 제목을 달고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비닐에 싸여있지 않았다면, 아마 그 책을 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는 것이 너무 오랜만인데다 함축된 단어들에 쏟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간신히 목차에 실린 제목들만 여러 번 읽었다. 그중에서도 <대화에 대한 대화>라는 어느 시 제목은 그 자체로 사색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국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읽는 페소아4)의 산문집을 펼쳐 시가 준 좌절감을 달래야 했다. 그러다 문득 보르헤스와 페소아의 거리를 재는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것을 떠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는 한참을 매우 뿌듯해했다. 에드워드 호퍼5)의 그림들은 아무래도 좀 과할 듯 싶지만, 폴 오스터6)의 <우연의 음악>7)이나 리누스 반 드 벨데8)의 흑백의 거대한 회화 작품들을 그 둘 사이에 넣어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해낸다면, 아마도 비슷한 방법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새벽에 핀 세상 모든 안개들 사이의 거리를 재는 일을 언젠가 시도해 볼 수 있으리라.




1) 경험을 통해 발견하게 된 내 이름 없는 도구의 특징 중 하나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선율 속 아주 미세하게 변주되는 차이에 반응하는 것 같은데, 나는 내 이름 없는 도구가 이것을 눈금으로 쓰는 것이 아닐까 짐작만 해볼 뿐이다.
2) 사실, 거리를 잰다는 표현이 나의 일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 같진 않다. 나는 다른 표현 방법을 찾기를 진작에 포기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로 더 흥미로운 일들을 할 수 있었다.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 (1899~1986) 아르헨티나의 작가.
4) 페르난두 페소아. Fernando Pessoa. (1888~1935) 포르투갈의 작가.
5)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미국의 화가.
6) 폴 오스터. Paul Auster. (1947~) 미국의 소설가.
7) <우연의 음악>. The Music of Chance. 1990년에 출간된 폴 오스터의 소설.
8) 리누스 반 드 벨데. Rinus Van de Velde. (1983~) 벨기에의 시각예술가.